상상 속 나라가 제국이 된, 아에리칸 제국

1987년 몬트리올에서 어린아이들이 종이 지도와 깃발을 만들며 상상 속 나라를 꾸미는 장면
1987년 몬트리올에서 어린아이들의 놀이로 시작된 아에리칸 제국의 초기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실제 당시 순간을 촬영한 기록사진은 아닙니다.

아에리칸 제국은 1987년 다섯 살 아이의 놀이로 시작해 2026년에는 설립 39주년을 맞으며 이어지고, 2025년에는 몬트리올 MicroCon까지 주최했습니다. 화성 영토와 탄핵 가능한 황제를 둔 상상 국가는 어떻게 실제 공동체가 됐을까요?

1987년 다섯 살의 도시가 공동체로 이어진 이유

아에리칸 제국의 자체 연표는 1987년 5월 8일을 시작일로 기록합니다. 몬트리올의 다섯 살 에릭 리스가 상상 속 도시를 만들고 친구들과 설정을 키웠다는 설명입니다. 당시 별도의 주권국가가 세워졌다는 공공 기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공동체가 자신들의 출발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보여주는 자료로 읽어야 합니다.

같은 역사 페이지에는 초기 연표의 한계도 적혀 있습니다. 1999년 이전에는 기록을 체계적으로 남기지 않아 사건 날짜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1999년 자체 뉴스 서비스를 만든 뒤 월별 기록을 유지하기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1987년은 프로젝트의 시작, 1997년은 웹사이트 개설, 1999년은 정기 기록의 시작으로 나누면 어린 시절의 회고와 나중의 운영 기록을 한 종류의 증거로 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따라가면 화성 영토보다 확인할 만한 질문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가입하고, 떠난 회원은 어떻게 정리하며, 온라인 이름은 어떤 실제 모임으로 이어졌을까요? 2025년 시민 명단 정리와 몬트리올 행사 기록을 함께 읽으면 국가 승인을 얻었다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상상 속 제국을 유지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도시가 행성으로 커졌다

처음에는 도시였던 아에리칸은 곧 지구 바깥으로 커졌습니다. 공식 FAQ는 1989년 무렵 에릭이 단순한 도시보다 더 엉뚱한 무언가를 원했고, 그 결과 설정이 행성과 여러 천체로 확장됐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아에리칸의 영토 목록에는 지구상의 여러 ‘식민지’뿐 아니라 Mars Colony와 Northern Plutopia 같은 이름도 등장합니다. 어린아이의 나라가 제국이 되는 과정에서 지도부터 우주로 튀어버린 셈입니다.

공식 역사에는 어린 시절 다른 가상 국가들과 ‘전쟁’을 벌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군대가 움직인 전쟁이 아닙니다. 초기 충돌은 워게임 시뮬레이션, 말다툼, 짧은 이야기 쓰기, 비디오게임 대결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아에리칸 스스로 설명합니다. 1998년에는 다른 미크로네이션과 함께 화성의 땅을 구입해 Mars Colony가 됐다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물론 이런 우주 영토 주장은 캐나다나 국제사회가 인정한 주권·영유권과는 별개입니다. 재미는 설정에 있지만 현실의 법적 지위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1997년, 인터넷이 나라를 바꿨다

아에리칸이 지금 같은 모습이 된 결정적 전환점은 인터넷이었습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1997년 9월 처음으로 스스로를 ‘미크로네이션’이라고 부르는 다른 집단과 접촉했고, 같은 해 10월 첫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에릭은 그 무렵 ‘micronation’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해 오던 일이 이미 하나의 문화권처럼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합니다. 혼자 만든 세계가 갑자기 더 큰 세계와 연결된 겁니다.

이후 아에리칸은 온라인 미크로네이션들과 접촉하고 여러 공동체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웹사이트는 단순한 소개 페이지를 넘어 시민 신청, 뉴스, 헌법, 정부 기관, 역사 기록을 쌓는 중심지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꽤 오래 갔습니다. 2026년 9월에도 공식 뉴스 페이지에는 새 호가 올라오고 신규 시민을 환영하는 공지가 갱신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인터넷 유행을 탔다가 사라진 홈페이지가 아니라, 거의 30년 가까이 온라인 기록을 이어 온 프로젝트라는 점이 아에리칸을 꽤 독특하게 만듭니다.

제국인데 황제도 쫓겨날 수 있다

이름은 ‘제국’이고 지도자는 ‘황제’지만 내부 제도를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절대군주국 설정과는 꽤 다릅니다. 현재 공개된 헌법에서 행정·입법 권한의 중심은 상원(Senate)입니다. 황제도 상원에서 선출되는 구조이고, 원칙적으로 상원의원 가운데 과반 투표로 뽑습니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황제 자리가 평생 자동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헌법은 사망이나 퇴위뿐 아니라 탄핵으로도 황제의 임기가 끝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탄핵 조건도 숫자로 박혀 있습니다. 상원에서 75%를 넘는 찬성이 나오면 황제를 탄핵할 수 있습니다. 다섯 살 때 자기가 만든 제국인데, 훗날에는 자기 직위를 제도적으로 끌어내릴 장치까지 만들어 놓은 셈이죠. 이 부분은 꽤 웃깁니다. 물론 이 헌법은 캐나다 헌법이나 국제법과 같은 공적 법적 효력을 갖는 문서가 아닙니다. 아에리칸 공동체 내부의 운영 규칙입니다. 그래도 장난으로 시작한 나라가 수십 년 뒤 선출 절차와 탄핵 조항까지 갖춘 내부 정치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꽤 흥미롭습니다.

헌법은 진지한데 정부는 꽤 웃긴다

아에리칸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 나라가 ‘진지함’과 ‘농담’을 동시에 유지한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정부 기관 목록에는 외교 관련 부처와 군 조직 같은 익숙한 이름이 있는가 하면 Bureau of the Occult, Ministry of Silly Things, 3000 같은 조직도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어리석은 것들의 부’에 가까운 기관을 정부 조직표 안에 넣어둔 겁니다. 어디까지 장난이고 어디까지 운영 체계인지 경계를 일부러 흐려놓은 느낌입니다.

국기도 같은 분위기입니다. 붉은 막대와 흰 바탕 중앙에 노란 스마일 얼굴이 들어갑니다. 공식 상징 설명은 이 웃는 얼굴이 제국의 유머 감각을 보여준다고 직접 적습니다. 문장만 보면 황제, 상원, 외교, 군대, 식민지 같은 거창한 단어가 줄줄이 나오는데 상징 한가운데는 웃는 얼굴입니다. 바로 이 대조가 아에리칸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나라 흉내를 최대한 정교하게 만들되 그 형식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장기간 유지되는 공동체에 의외로 잘 어울리는 방식입니다.

여권은 있지만 국경은 못 넘는다

국가처럼 보이는 장치가 많아질수록 현실의 국가 제도와 헷갈리기 쉽습니다. 아에리칸은 자체 여권 양식을 제공하지만 공식 페이지부터 이를 Novelty Passport라고 부르며 법적인 정부 문서가 아니라고 명시합니다. 실제 국가의 출입국 심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식 여권이 아니라 시민이 내려받아 즐기는 기념용 문서입니다. 이 선을 흐리면 아에리칸의 재미를 설명하다가 오히려 사실관계를 망치게 됩니다.

시민권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년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는 시민권 신청 양식이 열려 있지만, 신청 안내는 이 시민권이 캐나다·미국·호주 등 실제 국가에서의 여행이나 거주를 돕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고 있습니다. 기존 국적을 대체하는 법적 국적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에리칸 안에서는 시민 명단, 선거, 정부 직책, 온라인 활동 같은 공동체 참여의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현실의 국적과는 별개지만 내부 구성원에게는 ‘우리 공동체의 사람’이라는 상징적 자격인 셈입니다.

497명 중 311명이 남았다

아에리칸의 시민 제도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가입보다 정리입니다. 이곳은 Culling of the Inactive라는 절차를 운영합니다. 보통 매년 5월 말이나 6월 무렵 등록 시민에게 연락해 이메일 주소가 살아 있는지, 여전히 공동체에 남을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 답이 없으면 시민권을 취소합니다. 인터넷 미크로네이션은 가입자 숫자가 쌓이기만 하면 실제 활동 인원과 명목상 시민 수가 크게 벌어지기 쉬운데, 아에리칸은 그 문제를 꽤 노골적으로 관리합니다.

2025년 기록이 특히 선명합니다. 5월 31일 명단에는 497명이 있었고 이 가운데 226명이 정리됐습니다. 확인 기간 중 27명이 새로 가입하고 과거에 빠졌던 13명이 복귀하면서 7월 1일 기준 명단은 311명이 됐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311명은 ‘2026년 현재 인구’가 아니라 2025년 컬링 직후의 숫자입니다. 2026년에도 신규 시민 공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으니 현재 총원을 311명이라고 고정해 쓰면 안 됩니다. 오히려 매년 명단을 털어낸다는 운영 방식 자체가 더 재미있는 정보입니다.

38년 뒤, 몬트리올에 다시 모였다

1987년 몬트리올에서 다섯 살 아이가 만든 나라가 가장 멀리 나아간 장면 중 하나는 2025년 같은 도시에서 열렸습니다. 아에리칸 제국은 그해 MicroCon 2025 몬트리올 행사를 주최했습니다. 원래는 다른 두 미크로네이션과 공동 준비였지만 운영 방식에 대한 갈등 끝에 아에리칸이 단독 주최자가 됐다고 공식 페이지는 설명합니다. 행사 페이지에 이름이 올라온 참가 미크로네이션을 세면 47곳입니다. 며칠 동안 환영 행사, 도심 투어, 경기, 발표, 갈라 디너가 이어졌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상놀이가 실제 호텔 행사장까지 나온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꽤 묘합니다.

아에리칸을 진짜 주권 국가로 오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체 헌법과 황제, 시민권과 여권, 화성 식민지 같은 설정이 있어도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에리칸도 실제 국가의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여권을 발행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26년 9월에도 공식 뉴스가 갱신되고 새 시민이 들어옵니다. 1987년 5월 8일부터 계산하면 이미 39년입니다.

화성 영토보다 더 기묘한 건 어쩌면 이쪽입니다. 다섯 살 때 만든 세계를 버리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까지 들어와 함께 굴러가는 공동체로 만들었다는 것 말입니다. 어린 시절 상상 속에 있던 제국이 진짜 국가가 된 것은 아닙니다. 대신 상상을 39년 동안 유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됐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꽤 희한한 성공입니다.

회고·회원 명단·행사 기록을 나누어 읽기

이번 재검토에서는 자체 역사, 2025년 시민 명단 정리, MicroCon 행사 보고와 2026년 9월 뉴스 333호를 대조했습니다. 모두 아에리칸 측이 공개한 자료이므로 내부 운영을 설명하는 근거이며, 국가 승인이나 외부에서 검증한 활동 인원까지 입증하지는 않습니다.

자료확인한 내용해석의 한계
자체 역사1987년 시작·1997년 웹사이트·1999년 뉴스 기록초기 날짜의 정확성은 자체 설명도 유보
Culling 2025497−226+27+13=3112025년 7월 1일 명단이며 현재 인구가 아님
MicroCon 20252025년 6월 26~29일 몬트리올 행사 보고자체 참가 목록과 주최자 설명이며 외교 승인 자료가 아님
뉴스 333호2026년 9월 7일 신규 시민 환영 공지가입 공지로 전체 시민 수·활동률을 계산할 수 없음

2026년 10월 재검토에서 확인한 현재 상태

2026년 10월 5일 자료를 다시 확인했을 때 확보한 최신 뉴스는 2026년 9월 뉴스 333호의 9월 7일 신규 시민 환영 공지였습니다. 이 기록은 최근의 회원 관리 흔적을 보여주지만, 10월의 활동 전체를 확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민권 신청 안내에는 실제 거주 권리가 포함되지 않고 주변 국가의 여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안내 페이지의 존재와 신청 처리의 실제 작동 여부는 구분했습니다.

2025년 행사는 설립 38년 뒤에 열렸고, 2026년 5월 8일이 설립 39주년입니다. 행사 당시의 경과 연수와 지금의 연수를 분리했습니다. 현재 총원을 311명으로 제시할 근거는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그 숫자는 2025년 명단 기록으로만 남깁니다.

자료를 대조하니 화성보다 회원 명단이 남았다

가장 눈에 띄는 설정은 화성 식민지지만, 이번에 대조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기록을 관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체 역사에서 초기 날짜의 한계를 먼저 읽고, 시민 명단의 계산을 확인한 뒤, 행사 보고와 뉴스 공지를 시기별로 나눴습니다. 311이라는 숫자는 현재 인구가 아니라 특정 날짜의 명단이고, 2025년 모임은 오늘 열리는 행사가 아닙니다. 기록을 연결할수록 무엇을 지금의 사실로 옮겨 쓰면 안 되는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제 해석으로는 아에리칸의 흥미로운 성과는 설정 속 영토의 크기보다 공동체를 반복해서 운영하는 데 있습니다. 회원 명단을 정리하고, 소식을 남기고, 오프라인 모임을 준비한 기록이 그 판단의 근거입니다. 자체 기록에 기대는 한계는 남지만, 그 한계를 밝히면서도 상상놀이가 어떤 참여와 관리로 이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에리칸 제국 시민권 신청은 무료인가요?

공식 홈페이지는 시민권 신청이 무료라고 안내합니다. 신청해도 기존 국가의 국적이나 법적 신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아에리칸 공동체 안에서 쓰이는 상징적 시민권입니다.

Q. 시민권 신청서에 한글 이름을 써도 되나요?

공식 신청 페이지는 기술적 한계로 라틴 문자가 아닌 입력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신청한다면 이름 등 필수 정보는 영문으로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시민이 되면 아에리칸 영토에 거주할 수 있나요?

아니요. 신청 페이지는 시민권에 제국 영토의 실제 거주 권리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캐나다·미국·호주 등 주변 국가의 입국이나 체류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 The Aerican Empire - History
  • The Aerican Empire - Constitution
  • The Aerican Empire - Government Agencies
  • The Aerican Empire - Novelty Passport
  • The Aerican Empire - Citizenship Application
  • The Aerican Empire - Culling 2025
  • The Aerican Empire - MicroCon 2025
  • The Aerican Empire - News Archive / Imperial Information Desk Issue 333 (Septembe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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