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문을 지키는 로봇 국경 수비대를 가진, 자키스탄 공화국
자키스탄 공화국은 이긴 전쟁도 없는데 승전문을 세우고, 사람 대신 로봇 세 대를 국경수비대로 세운 유타 사막의 미크로네이션입니다. 시작은 610달러짜리 땅 한 조각이었습니다.
전쟁도 없는데 승전문부터 만들었다
미국 유타주 북서부의 외딴 사막에 들어가면 꽤 묘한 풍경이 나타납니다. 사람 키만 한 로봇 조각 세 대가 나란히 서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입국관리소처럼 생긴 시설이 있습니다. 이름도 거창합니다. 로봇들은 가디언즈 오브 자키스탄(Guardians of Zaqistan), 입국시설은 자키스탄 포트 오브 엔트리(Zaqistan Port of Entry)입니다. 로봇이 실제 침입자를 추적하거나 무기를 들고 경계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각가 자크 랜즈버그가 자신이 만든 나라의 ‘국경수비대’라는 역할을 부여한 작품입니다.
이 글은 로봇·국경 표지·승전문이 국가처럼 보이는 효과와 실제 통치 권한을 구분해 읽습니다. 국가의 모양을 갖추었다는 사실만으로 주권이나 출입국 권한이 생기는지 따져보면, 자키스탄을 괴짜의 농담으로만 소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시민권과 여권의 물리적 존재, 법적 효력, 현재 접수 여부도 나눠 살펴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별난데 사막에는 빅토리 아치(Victory Arch)라는 승전문까지 세워져 있습니다. 보통 승전문이라면 전쟁의 승리나 군사적 업적을 기념하기 마련입니다. 자키스탄의 공식 프로젝트 설명은 좀 다릅니다. 이 구조물은 특정한 전쟁이나 전투가 아니라 말 그대로 ‘특정되지 않은 승리’를 기념합니다. 공식 작품 기록은 2009년 8월 설치를 설명합니다. 승리의 사건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기념하는 형식 자체를 작품으로 사용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농담용 소품이라고 보면 자키스탄의 재미를 절반쯤 놓치게 됩니다. 랜즈버그는 국경, 입국심사, 기념비처럼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국가의 장치를 실제 사막에 하나씩 만들어왔습니다. 로봇에게 국경수비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간이 구조물에 세관과 출입국관리소라는 기능을 부여하고, 승리한 전쟁이 없어도 승전문을 세웁니다. 물리적으로는 조각과 구조물 몇 개에 지나지 않는데 이름과 역할이 붙는 순간 풍경이 ‘나라의 국경’처럼 읽히기 시작합니다.
자키스탄 공화국(Republic of Zaqistan)이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적으로 새로운 주권국가가 생긴 것은 아닌데, 국가가 국가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는 놀랄 만큼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작업이 하루 이틀의 장난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시작을 따라가려면 로봇도 승전문도 없었던 2005년 여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시작은 이베이에서 산 사막 땅이었다
자키스탄을 만든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하던 조각가 자크 랜즈버그(Zaq Landsberg)입니다. 2005년 여름 그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유타주의 사막 토지를 발견했습니다. 가격은 610달러. 더 특이한 것은 토지를 직접 확인하러 간 뒤 계약한 것이 아니라, 현장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낙찰받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자키스탄 공식 사이트도 랜즈버그가 땅을 ‘sight unseen’, 즉 보지 않고 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낙찰받은 곳은 그레이트솔트레이크 주변의 황량한 고지대 사막이었습니다. 자키스탄 공식 기록에 따르면 랜즈버그와 일행이 처음 이 땅에 들어간 것은 2005년 8월 31일입니다. 현장에는 도시도 마을도 없었습니다. 물을 구할 시설도 없었고 정상적인 도로망이나 주거시설도 없었습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조차 이곳이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서 약 50마일 떨어져 있으며, 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도 긴 비포장도로와 거친 4륜구동 트랙을 지나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토지 크기는 자료를 볼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현재 자키스탄 공식 사이트는 랜즈버그가 구입한 면적을 2에이커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2010년대 일부 인터뷰와 언론 기사에는 4에이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래서 4에이커라는 숫자를 확정된 사실처럼 쓰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공식 기록의 2에이커를 기준으로 보되, 과거 외부 자료에는 다른 숫자가 남아 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중요한 것은 땅의 넓이보다 랜즈버그가 그 땅을 무엇으로 바꾸기 시작했느냐입니다. 그는 가장 높은 지점에 올라 깃발을 세우고 그곳을 마운트 인서마운터블(Mt. Insurmountable)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아무 의미 없이 보이던 사막의 언덕이 이름을 얻는 순간 ‘국토의 최고봉’이 됐습니다. 토지 매매 계약서가 독립국가를 만들어주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예술가에게는 실제로 소유한 땅이 있었고, 그 위에 가상의 국가 체계를 현실 공간으로 옮길 무대가 생겼습니다.
부시 시대에 실망한 조각가는 자기 나라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랜즈버그는 왜 땅을 사고 끝내지 않고 국가까지 만들었을까요. 훗날 공개된 인터뷰를 보면 당시 미국 정치에 대한 그의 불만이 출발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랜즈버그는 2005년을 정치적으로 암울하게 느꼈고,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관련 외교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처음 자키스탄을 구상할 때는 자신이라면 국가를 더 잘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의 반부시 농담과 정치적 풍자가 상당히 강했습니다.
이 대목은 자키스탄을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합니다. 랜즈버그가 무장조직을 만들거나 유타주에서 실제 행정권을 빼앗으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을 모아 미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한 지역운동도 아니었습니다. 미국 땅 한 조각을 실제로 소유한 예술가가 그곳에 별도의 국가가 존재한다고 선언하고, 국가라는 제도를 구성하는 물건과 절차를 하나씩 작품으로 만들어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키스탄은 일반적인 분리주의 운동보다 개념미술 프로젝트형 미크로네이션에 훨씬 가깝습니다. 랜즈버그 본인도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가 처음에는 값싼 정치 농담처럼 시작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키스탄이 단순한 농담과 실제 국가의 흉내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땅은 진짜고 세금도 진짜인데, 주권국가라는 설정은 미국법상 효력이 없습니다. 이 어정쩡한 경계 자체가 작품의 재료가 된 셈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키스탄 이야기에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당시 연방정부 대응을 직접적인 건국 계기로 붙이는 설명이 보이기도 하지만, 랜즈버그의 주요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은 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외교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불만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계기를 하나 더 붙이는 것보다 당사자가 직접 설명한 동기를 따라가는 편이 낫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미 충분하니까요.
11월 19일, 사막 땅이 ‘공화국’이 됐다
자키스탄 공식 기록에 따르면 2005년 11월 19일 오후 10시 57분, 랜즈버그와 수십 명의 참가자가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때부터 유타 사막의 개인 토지는 ‘자키스탄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랜즈버그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정했고, 자키스탄은 공화국이라는 형식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이 선언을 승인하거나 행정권을 넘겨준 것은 아니지만, 프로젝트 안에서는 이날이 건국일이 됐습니다.
여기서 조금 웃기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랜즈버그는 왕이나 귀족 작위를 앞세우는 미크로네이션 문화와 자신을 어느 정도 구분하려 했습니다. 왕관을 쓰고 군주가 되는 방식보다는 공화국과 대통령이라는 형식을 선택한 것이죠. 그런데 그 대통령직은 일반적인 민주공화국의 임기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는 자키스탄의 종신 대통령이라는 설정을 사용했습니다. 공화국인데 대통령은 평생직. 처음부터 제도 자체가 약간 비틀려 있습니다.
이런 모순은 자키스탄에서 실수라기보다 작품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민주주의, 국경, 국가원수, 시민권 같은 단어는 현실 세계에서는 법률과 제도에 의해 무겁게 작동합니다. 랜즈버그는 그 단어들을 사막의 작은 땅 위에 옮겨놓고, 어디까지가 진짜 제도이고 어디부터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상징인지 시험했습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고 법적 주권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 사람들은 그 장소를 단순한 ‘유타의 사유지’가 아니라 ‘자키스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국기에는 왜 하필 대왕오징어가 들어갔을까
나라를 선언한 뒤 랜즈버그는 국가가 갖출 법한 상징을 하나씩 추가했습니다. 자키스탄 국기는 붉은 바탕에 금색 대왕오징어가 들어간 디자인입니다. 일반적인 국기에서 기대하는 독수리나 사자, 별, 왕관 같은 상징과는 꽤 다릅니다. 공식 자료는 이 오징어를 실제 국가의 역사적 문장처럼 엄숙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키스탄의 유머 감각과 낯선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습니다.
국가 표어도 이 프로젝트의 성격과 잘 맞습니다. “Quispiam Ex Nusquam”. 공식 사이트에서는 이를 영어로 “Something From Nothing”, 즉 ‘무에서 무언가를’이라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아무 시설도 없던 사막에 이름을 붙이고, 국기를 꽂고, 국경과 수도와 기념물을 세워 하나의 국가처럼 보이는 공간으로 바꿔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법 정확한 표어입니다.
실제로 랜즈버그는 땅의 지형에도 이름을 붙였습니다. 가장 높은 지점은 마운트 인서마운터블(Mt. Insurmountable)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름만 보면 웅장한 산맥의 최고봉 같지만 현실은 유타 사막의 작은 언덕입니다. 그래도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자키스탄 세계관 안에서 하나의 지리적 장소가 됩니다. 국가는 지도를 만들고 산과 강에 이름을 붙입니다. 자키스탄은 그 과정을 아주 축소된 크기로 그대로 흉내 냅니다.
로봇 세 대가 ‘국경’을 만들었다
자키스탄을 다른 미크로네이션과 확실히 구별하는 장면은 역시 가디언즈 오브 자키스탄입니다. 2006년 설치된 세 대의 로봇 조각은 실제 군사장비도 아니고 움직이는 경비 로봇도 아닙니다. 사막에 서 있는 조각 작품입니다. 랜즈버그는 이들에게 국경수비대라는 역할을 줬습니다. 기능은 없는데 역할은 분명합니다. 이게 자키스탄식 국가 만들기의 핵심입니다.
입국시설인 Port of Entry도 비슷합니다. 실제 미국 국경검문소처럼 법적인 출입국 통제를 하는 시설은 아니지만, 방문자가 그곳을 통과하는 순간 ‘다른 나라에 들어간다’는 의식을 경험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땅의 경계선 자체는 미국 유타주의 토지 경계인데, 조형물과 표지판이 세워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선을 자키스탄의 국경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승전문은 이 실험을 더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실의 승전문은 대개 구체적인 전쟁이나 군사적 승리를 기념합니다. 자키스탄은 승리의 역사부터 만든 것이 아니라 승리를 기념하는 구조물을 먼저 세웠습니다. 공식 설명에서도 특정한 전쟁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국가에는 영웅과 승리의 기억이 있다는 관습 자체를 통째로 가져온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묘합니다. 국경선은 지도 위의 선일 뿐이고, 승전문은 돌이나 금속으로 만든 구조물이며, 여권도 종이와 잉크로 만든 책자입니다. 그런데 국가가 그것들을 발행하거나 세우면 엄청난 권위를 갖습니다. 자키스탄은 같은 외형을 만들어놓고 “왜 이것은 진짜가 아니라고 느끼는가”를 거꾸로 묻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지, 실제 행정력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 상징을 믿지 않기 때문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이 로봇들은 단순한 관광용 조형물보다 훨씬 재미있는 장치입니다. 사람을 막을 힘도 없고 국경법을 집행할 수도 없지만, 사진 속에서는 꽤 그럴듯한 ‘국가 수비대’처럼 보입니다. 사람이 국가의 상징을 얼마나 쉽게 읽고 받아들이는지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보면, 자키스탄의 황당한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장난처럼 나눠준 시민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자키스탄 이야기가 단순한 괴짜 예술 프로젝트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사건도 있습니다. 랜즈버그는 인도를 여행하면서 티베트 망명자들을 만났고, 이들에게 자키스탄 시민권 증서를 나눠줬다고 회고했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이 만든 나라의 시민권을 선물하는 행위가 일종의 농담이자 프로젝트의 연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습니다. 랜즈버그의 회고에 따르면 일부 티베트인들은 이 문서를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서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미국 국적을 가진 예술가에게 ‘자키스탄 시민권’은 가지고 놀 수 있는 개념이었지만, 난민이나 망명자에게 국적과 시민권은 정체성, 이동, 법적 보호와 직접 연결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키스탄 이야기에서 이 대목이 로봇보다도 오래 남습니다. 나라를 흉내 내며 만든 종이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가볍지 않았던 겁니다. 랜즈버그 역시 이 경험을 통해 시민권이라는 개념을 이전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자키스탄이 처음에는 정치적 농담과 예술 실험에서 출발했더라도, 사람과 만나면서 그 실험이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 문제를 건드린 셈입니다.
물론 자키스탄 시민권이 실제 미국 국적이나 다른 국가의 국적을 대신한 것은 아닙니다. 티베트 망명자들의 법적 신분을 바꿔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자키스탄이 난민에게 실제 국적을 제공했다’고 과장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법적 효력이 아니라, 장난으로 만든 시민권이라는 개념이 현실의 국적 문제와 부딪히면서 프로젝트의 의미 자체가 무거워졌다는 점입니다.
여권은 만들었지만 국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자키스탄은 시민권 증서뿐 아니라 자체 여권도 만들었습니다. 과거 자료에는 자키스탄 여권을 일정 금액에 발급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가가 발행하는 여권처럼 생겼고, 미크로네이션의 국가 체계를 구성하는 상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국제여행에 사용할 수 있는 정식 여권이 아닙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여권은 국가의 법적 권한과 다른 나라의 출입국 시스템이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자키스탄은 국제적으로 승인된 주권국가가 아니므로 자체 여권을 만들었다고 해서 미국 여권이나 다른 국가의 정식 여행증명서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이 여권처럼 보이는 것과 국경에서 인정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상황도 과거와 구분해야 합니다. 예전 기사만 보면 지금도 누구나 자키스탄 여권을 신청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번에 읽은 공식 참여 페이지는 시민권·행사 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업데이트 등록을 안내합니다. 이것만으로 여권의 신규 접수나 발급 중단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권 역시 과거의 상시 프로그램과 현재 행사에서 이뤄지는 상징적 귀화 절차를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미크로네이션은 이런 제도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오래된 기사 속 ‘현재’를 그대로 가져오면 금방 오류가 생깁니다.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금은 미국에 낸다
그럼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자키스탄은 정말 미국에서 독립했을까요?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키스탄이 자리한 땅은 미국 유타주 박스엘더 카운티(Box Elder County)에 속한 개인 소유 토지입니다. 랜즈버그가 토지를 구입한 것은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지, 미국의 주권까지 함께 산 것이 아닙니다.
랜즈버그가 독립을 선언했다고 해서 미국의 행정권과 법률이 그 땅에서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자키스탄이 세운 국경 표지나 여권, 시민권, 대통령직은 프로젝트 내부의 제도입니다. 미국 정부가 자키스탄을 독립국으로 인정했다는 기록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른 국가가 공식적인 외교 승인을 했다는 근거 역시 없습니다.
토지에 대한 재산세도 현실의 미국 행정체계 안에서 처리됩니다. 이 대목만큼 자키스탄의 두 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습니다. 한쪽에서는 대통령과 국경수비대, 승전문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카운티의 토지기록과 세금이 있습니다. 깃발을 꽂는다고 세금고지서까지 독립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자키스탄을 ‘가짜니까 의미 없다’고 치워버리면 이 프로젝트가 던지는 질문도 사라집니다. 법적 주권과 문화적 상징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자키스탄은 국가가 되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국가를 알아보게 만드는 형식이 무엇인지는 꽤 집요하게 실험했습니다. 오히려 미국법상 평범한 사유지라는 현실이 있기 때문에 이 실험의 경계가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20년이 지나도 자키스탄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자키스탄은 2005년 한 번 독립을 선언하고 끝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랜즈버그는 이후에도 원정을 이어가며 구조물과 기념물을 추가했고, 미크로네이션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공식 사이트에는 2023년 MicroCon 관련 활동과 2025년 건국 20주년 프로젝트인 Expedition 2025가 공개돼 있습니다. 적어도 약 20년 동안 프로젝트가 계속 관리돼 왔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안내를 그대로 ‘진행 중’이라고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공식 사이트에는 2025년 프로젝트 정보가 남아 있지만, 이것만으로 2026년에 같은 프로그램이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공개 활동이 확인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모른다고 두는 편이 낫습니다. 미크로네이션에서 오래된 웹페이지는 현재 상태처럼 보이기 쉬워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현장을 찾아가는 것도 일반 관광지 방문과는 다릅니다. 자키스탄 공식 안내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주유시설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고속도로를 벗어난 뒤 비포장도로와 거친 지형을 지나야 합니다. 물과 주거시설도 기대하기 어렵고 휴대전화 연결도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도에 이름이 표시된다고 해서 편의시설이 갖춰진 관광명소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자료 비교·검증: 작품의 기록과 국가의 기록
이번 수정에서는 공식 소개·조형물·프로젝트 페이지를 함께 읽었습니다. 소개는 2에이커와 610달러 매입을 설명하고, 조형물 기록은 수비대와 승전문의 설치를 설명합니다. 이는 창립자가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실제 토지대장이나 독립 승인 문서의 역할을 대신하지 않으므로, 과거 보도의 4에이커와 면적 차이가 나는 원인까지 확정하지 않습니다.
| 항목 | 자료의 설명 | 독자가 구분할 것 |
|---|---|---|
| 수비대·승전문 | 2006년 수비대, 2009년 승전문 설치 기록 | 작품에 부여한 역할과 실제 군사·행정 권한 |
| Expedition 2025 | 20주년 안내, 세부 내용은 추후 공개 | 행사 예고와 실제 개최·완료 기록 |
| 시민권 참여 안내 | 업데이트 수신 등록 | 소식 등록과 여권 발급·법적 국적 취득 |
현재 상태: 2026년 10월 5일 확인 범위
공식 홈페이지에는 ‘2025 관광의 해’가 남아 있고 프로젝트 목록은 Expedition 2025를 Upcoming으로 표시합니다. 해당 상세 페이지의 게시일은 2023년 7월 23일이며 내용은 20주년 안내와 세부사항 추후 공개에 머뭅니다. 오래된 게시물이 현재 페이지에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2026년 원정이나 2025년 행사 완료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신규 여권 접수, 현장 시설의 현재 상태와 정기 방문 운영도 이번 조사에서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마무리: 국가처럼 보이는 이유를 되묻는 사막
자료를 대조하면서 특히 확인한 것은 공식 페이지의 역할과 시간입니다. 조형물 소개의 ‘국경을 지킨다’는 문장은 작품 세계의 설명이고, 2025년 원정의 예고는 완료 보고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공식 사이트라도 상징을 설명하는 페이지와 실제 접수를 안내하는 페이지를 따로 읽어야 했습니다.
제 해석에서 자키스탄의 강점은 국가의 상징을 작게 옮겨놓아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권위를 다시 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로봇 조각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군대는 아니며, 여권 모양의 책자도 국제 이동 자격과 같지 않습니다. 이 차이를 알아도 작품의 의미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독자는 ‘있다’는 말이 물건의 존재를 뜻하는지, 법적 권한을 뜻하는지 구별하며 다른 미크로네이션의 주장도 읽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키스탄의 면적은 2에이커인가요, 4에이커인가요?
현재 자키스탄 공식 사이트는 토지 면적을 2에이커로 설명합니다. 다만 일부 과거 언론 기사와 인터뷰에는 4에이커라는 기록도 남아 있어 자료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공식 기록을 기준으로 2에이커라고 소개하되, 과거 자료에 다른 수치가 있다는 점을 함께 밝히는 편이 정확합니다.
Q. 지금도 자키스탄 여권을 신청할 수 있나요?
이번 수정에서는 신규 여권의 실제 신청·발급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공식 참여 페이지의 소식 등록은 여권 신청서와 구분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자체 여권을 발행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정식 여행증명서는 아니었습니다. 오래된 기사에 나오는 발급 가격과 신청 방식은 현재도 그대로 운영된다고 보면 안 됩니다.
Q. 일반인이 자키스탄을 방문할 수 있나요?
자키스탄은 실제 토지이지만 일반적인 관광지처럼 접근하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공식 안내에서도 긴 비포장도로와 거친 지형, 물과 주거시설 부족 등을 경고합니다. 방문을 생각한다면 최신 공식 안내와 토지 접근 조건을 먼저 확인하고, 충분한 차량·물자·통신 대비 없이 오지에 들어가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Q. 자키스탄에는 실제 주민이 살고 있나요?
자키스탄은 일반적인 국가처럼 상주 주민이 도시를 이루고 생활하는 곳이 아닙니다. 외딴 사막 토지를 기반으로 한 예술 프로젝트와 미크로네이션에 가깝습니다. ‘시민’이라는 개념도 실제 거주 인구나 법적 국적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Republic of Zaqistan - About
- Republic of Zaqistan - Landmarks
- Republic of Zaqistan - Projects
- Republic of Zaqistan - Plan Your Trip
- Zaqistan Historical Archive
- Atlas Obscura - Republic of Zaqistan
- VICE - A Visit to Zaqistan
- Hyperallergic - Welcome to Zaqistan